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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단골 '장자(莊子)'

세태풍자 2006. 11. 3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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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봄날 장자(莊子)가 잠이 들었다. 꿈 속에서 나비가 돼 꽃밭을 날아다녔다. 깨어보니 다시 장자로 돌아왔다. “내가 나비가 된 것일까, 아니면 나비가 내가 된 것일까.” 장자는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헷갈렸다. ‘나비의 꿈’(호접몽·胡蝶夢) 우화다. 장자는 인생이 한낱 꿈이라고 믿었다. 세상의 명예와 출세를 우습게 여겼다.

 

▶장자가 살았던 BC 4세기 전국시대는 난세(亂世)였다. 재사(才士)들은 제후들에게 기용되길 바라며 천하를 돌아다녔다. 어느날 초나라 왕이 장자에게 정치를 맡아달라고 청했다. “나를 욕되게 하지 마시오. 차라리 더러운 개천에서 놀며 군왕에게 구속당하지 않을 것이오”(사기·史記). ‘자유인’ 장자는 공자를 비웃고 조롱했다. 유교의 ‘인의’(仁義)는 사람의 본성을 속박하니 옳지 않다고 했다. 성리학에서 장자는 이단이었다.

 

▶‘우리는 꿈 속에서 스핑크스가 우리를 위협하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는 게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을 표현하기 위해 스핑크스의 꿈을 꾸는 것이다’(보르헤스·칼잡이들의 이야기). ‘호접몽’을 최고의 은유로 찬양한 아르헨티나 작가 보르헤스는 작품 곳곳에 장자의 흔적을 남겼다. 헤세도 ‘장자’를 “가장 매력적인 중국 사상서”라고 했다. 하이데거와 마르틴 부버, 헨리 소로우, 수행자 라즈니쉬까지 장자에 매료됐다. 장자는 근대 서구에서 자유와 해방의 사상가로 각광받았다.

 

▶우리 대학 논술시험에 가장 많이 등장한 고전도 ‘장자’다. 2000년 이후 서울대 등 18개 대학 논술고사에서 아홉 번 인용되거나 거론됐다고 한다. 동아시아 최고 고전으로 꼽히는 ‘논어’(5회)까지 제쳤다. 저자로 따져도 장자가 아홉 번으로 가장 많았다. 논술 전문가들은 “장자에 현실비판적 내용이 많아 현대사회 부조리를 묻는 주제로 자주 인용되는 것같다”고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4회),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3회), 아담 스미스 ‘국부론’(2회)도 논술시험에 자주 등장한 고전이다. 모두 고교생이 읽기엔 벅찬 책들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장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삶의 지혜로 가득찬 우화집이자 은유로 가득한 문학작품이다. 세상에 초연했던 장자가 자기 말과 생각을 헤아리느라 골머리를 앓는 수험생들을 보며 빙그레 웃음을 흘릴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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