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시

얄미운 모기[憎蚊]/정약용

세태풍자 2016. 7. 2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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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茶山)은 정약용(丁若鏞) ‘얄미운 모기(憎蚊/ 증문)’에서 잠을 못 이루게 하는 모기가 맹호보다 무섭다고 진저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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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미운 모기[憎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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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호가 울밑에서 으르렁대도 / 猛虎咆籬根

나는 코골며 잠잘 수 있고 / 我能齁齁眠

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려있어도 / 脩蛇掛屋角

누워서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 / 且臥看蜿蜒

모기 한 마리 왱하고 귓가에 들려오면 / 一蚊譻然聲到耳

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단다 / 氣怯膽落腸內煎

부리 박아 피를 빨면 그것으로 족해야지 / 揷觜吮血斯足矣

어이하여 뼈에까지 독기를 불어넣느냐 / 吹毒次骨又胡然

베이불을 덮어쓰고 이마만 내놓으면 / 布衾密包但露頂

금방새 울퉁불퉁 혹이 돋아 부처 머리처럼 돼버리고 / 須臾瘣癗萬顆如佛巓

제 뺨을 제가 쳐도 헛치기 일쑤이며 / 頰雖自批亦虛發

넓적다리 급히 만져도 그는 이미 가고 없어 / 髀將急拊先已遷

싸워봐야 소용 없고 잠만 공연히 못 자기에 / 力戰無功不成寐

여름밤이 지루하기 일년과 맞먹는다네 / 漫漫夏夜長如年

몸통도 그리 작고 종자도 천한 네가 / 汝質至眇族至賤

어찌해서 사람만 보면 침을 그리 흘리느냐 / 何爲逢人輒流涎

밤으로 다니는 것 도둑 배우는 일이요 / 夜行眞學盜

제가 무슨 현자라고 혈식을 한단말가 / 血食豈由賢

생각하면 그 옛날 *대유사에서 교서할 때는 / 憶曾校書大酉舍

집 앞에 창송과 백학이 줄서 있고 / 蒼松白鶴羅堂前

유월에도 파리마저 꼼짝을 못했기에 / 六月飛蠅凍不起

대자리에서 편히 쉬며 매미소리 들었는데 / 偃息綠簟聞寒蟬

지금은 흙바닥에 볏짚 깔고 사는 신세 / 如今土床薦藁鞂

내가 너를 부른 거지 네 탓이 아니로다 / 蚊由我召非汝愆

*대유사 : 규장각(奎章閣) 사무를 관장하는 부속건물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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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호가 울 밑에서 으르렁대도, 나는 코 골며 잠잘 수 있고(猛虎咆籬根 我能齁齁眠/ 맹호포리근 아능후후면), 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렸어도, 누운 채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脩蛇掛屋角 且臥看蜿蜒/ 수사괘옥각 차와간완연), 모기 한 마리 왱 하고 귓가를 울리면, 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단다(一蚊譻然聲到耳 氣怯膽落腸內煎/ 일문앵연성도이 기겁담락장내전).' 는 코고는소리 후, 는 길 수, 은 꿈틀거릴 완, 은 구불구불할 연, 은 새 지저귈 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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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좋은 면으로 본 말로 모기나 등에 같은 작은 벌레들이 소나 양을 물어 달리게 한다는 문맹주우양(蚊蝱走牛羊, 은 등에 맹)는 말이 있고, 노부모에게 벼룩이나 모기를 물지 않도록 자식이 한방에서 자는 조문효도(蚤蚊孝道(는 벼룩 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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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장마가 한창인데 모기가 더욱 극성을 부려 성가시게 한다. 그렇다고 칼로 없애지 못하는 만큼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민감하지 않은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서민 경제가 바닥이어선지 정서도 메말라가고 여유가 없을수록 작은 일에 치우치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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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국제신문 안병화의 시사 한자성어 見蚊拔劍에 첨삭하여 재구성하였음.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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