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시

도황행/ 정판교

세태풍자 2007. 10. 20.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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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황행  정판교

 

열흘에 아이하나 팔아치우고
닷새에 마누라 하나 팔아버렸다
이제는 이 몸 하나 덩그러니 남아
아득히 멀고 먼 길 홀로 나섰네
길은 꼬불꼬불 멀기만 한데
관산엔 승냥이 호랑이 뒤섞여 있구나


아! 초췌한 나의 살갗과 머리털
허리와 팔둑도 부러졌도다
사람 보면 눈이 먼저 휘둥그레져
삼키려던 먹이 도로 토해낸다
길가에 버려진 아기를 보면
가여워 솥에 담아 어깨에 둘러멘다


제 자식은 모두 팔아치우고
남의 자식 도리어 키워주누나
이제는 이 한 몸 편해졌건만
마음은 이내 슬퍼지노라
수많은 사연 안고 말도 못하고
바람 앞에 홀로 서서 눈물 철철 쏟아내네

 

 


정섭 鄭燮 1693-1765/73세
청나라 화가이자 시인, 자를 극유, 호를 판교, 강소성 홍화 출신, 건륭원년 1736년 진사에 급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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