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기꾼

어느 사기꾼

 

생긴 것은 멀쩡하다. 아니, 잘났다. 훤칠한 키에 이목구비가 시원하고, 어찌 보면 지적이다. 차림새도 깔끔하다. 반지르르 닦은 구두하며, 금장 카후스 버튼은 기본이고, 대부분 걸친 것들이 비싼 것들이다. 고급스런 악어가죽지갑에 고액권을 다발로 넣고 다니고, 돈을 기마이로 잘 쓴다. 그야말로 매력과 매너가 철철 흘러넘친다.

자, 이만하면 제비족으로 나서서 여자들 등쳐먹고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여자들이 줄줄이 붙어 원하지도 않는 제비노릇도 더러 해봤지만, 그가 하고자하는 일은 몫 돈, 억 단위의 돈을 쉬 벌게 해주는 일들이다.

그가 그 비결을 내게 귀띔을 해 주었다.

“이왕 죄짓고 돈 벌 바에야 사기만한 기술도 없겠더라고, 얼빵한 놈들이 너무 많아서 사기 치기도 쉽고 말이야. 잡히면 어떡하냐고? 흉악범죄도 아니니 짭새들 따라붙을 일 없고, 잡혀봐야 감빵 갈일 없더라니, 함 생각해봐, 만 원짜리 훔치다 잡힌 도둑놈보다 억대 사기치고 잡힌 놈이 죄가 더 가벼우니, 남아로 태어나서 해볼만한 일 아닌가? 그리고 요즘 그만한 죄도 안 짓고 사는 놈들 있음 나와 보라고 해봐?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