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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아죽이고 싶은 심정

세태풍자 2006. 9. 1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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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협조본부와 작전협조반

지난 8월17일, 국방부 윤광웅은 연합사령부가 해체되는 대신 한미 각기의 사령부가 전시 및 유사시에 원활한 공동작전을 하기 위해 상시 협의체가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작전협조본부를 만든다고 말했다. 2성장군이 이끄는 연합사와 비슷한 협의체를 만드는 데, 협의체의 규모는 현 연합사와 비슷하고, 지휘자들만 4성에서 2성으로 낮춘다 했다.

여기에서 전략, 작전. 군수. 기획 등 10여 개의 군사 핵심 분야에 대한 상설. 비상설 기구를 설치해 정보. 위기관리, 공동계획 작성, 연습 및 훈련, 전시 작전 수행 등을 협력해 나간다 했다. 양측 소장급 이상 장성이 공동본부장을 맡고 10여 개의 기구에 같은 비율의 장성과 영관급 장교 등이 참여할 계획이라 했다. 연합사 수준으로 조직과 인력을 갖춘다는 것이었다. 국방부는 또 "협조본부“가 현행 연합사령부에 버금가는 강력한 신 한미 공동방위체제의 핵심기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그런데 오늘(9.8) 청와대는 전혀 다른 발표를 했다. 구질구질하고 설득력 없는 설명들이 나열됐지만 요지는 하나다.

주한미군 사령부 예하의 육해공군 작전사급 부대에서 작전협조반(연락반)을 편성하여 한국의 육해공군 각 작전사령부로 파견한다. 한국군의 각 사령부에서는 미군 각 사령부에 작전협조반(연락반)을 보내지 않고 미국만 한국군 작전사령부로 연락반을 파견한다는 뜻이다.

이는 정확히 월남전쟁에서 한국과 미국이 유자했던 연락반 체제다. 이런 연락반이 파견되면 연합사에 버금간다던 작전협조본부가 불필요하게 된다.

지난 50여년 동안 개발 발전시켜온 최신식의 공동작전 사령부를 해체하고 1960년대의 원시적 시스템으로 환원하는데 대해 참으로 말문이 막힌다. 이는 군사력의 핵심 시너지를 두 개씩이나 파괴하는 것이다. 연합사 단위에서는 미군과 한국군이 통합돼 있었고, 한국군의 육해공군과 미군의 육해공군이 통합돼 있었다.

그러나 연합사가 해체되면 미군과 한국군이 뿔뿔이 갈라지고, 한국군 내에서도 육해공군이 뿔뿔이 갈라지고, 미군 내에서도 육해공군이 뿔뿔이 갈라지게 된다. 1개로 통합되었던 정보-지휘체계를 6개의 낱개로 해산시킨 것이다. 6개의 한국 및 육해공군 작전사령부 사이에는 만리장성이 존재한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이 만리장성의 높은 벽을 없애기 위해 연락반을 파견한다 하지만 이는 백만원을 버리고 1원을 건지는 게임이다. 

통합작전 시스템과 연락반 시스템의 차이

통합작전 시스템과 연락장교 시스템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례가 있다. 북한군 공군사단장은 한국군 공군비행단장과는 달리 육군작전을 아주 잘 안다. 그는 훈련시에나 전시에 육군 사령부 상황실에 와서 근무한다. 육군 작전이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여 그가 공군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능동적으로 생각해 내서 육군 장교들과 작전 토의를 한다. 작전협의가 끝나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그의 사단으로 명령을 내린다. 속도에서는 물론 군사력 발휘 효과면에서 한국군이 따라갈 수 없다. 해군도 마찬가지다.

반면 한국군을 보자. 한국군 비행단장은 육군이나 해군 부대에 연락반을 내보내고 있다. 연락반장은 북한군 공군 사단장에 비해 상황파악, 지략 면에서 상대가 되지 못한다. 공군의 능력을 잘 알지 못하는 육군 상황장교들이 해달라는 일만 공군비행단에 무전으로 전달한다. 핸드폰의 기능을 모르는 사람이 기능의 극히 일부만을 활용하듯이 공군 전투기 등의 능력과 기능을 잘 알지 못하는 육군은 “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 좀 때려주시오” 이런 식으로만 말한다.

때려 달라는 곳이 위험한 곳인지, 그 지역에 대공포가 어떻게 배치돼 있는지, 그 지역에 아군이 어떻게 배치되어 어떤 기동을 하고 있는지, 목표가 바위 속인지 나대지인지 등 알아야 할 것이 수없이 많다. 연락장교가 이를 다 파악하는 동안에 육군은 지원이 느리다며 화를 낸다. 연락장교가 짧은 무전교신을 통해 공군 부대로 상황을 다 설명하기 어렵다. 길어지면 비행단장은 짜증을 낸다. “그 지역 상황을 잘 말해봐” “요점이 도대체 뭐야” 답답하다며 연락장교에서 화를 낸다.

시각을 다투는 게 전쟁이다. 시간 면에서나, 효과 면에서 연락반 시스템은 통합작전 시스템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전자가 발빠른 축구선수의 움직임이라면 후자는 아장아장 걷는 5세 정도의 몸놀림이다.        

이런 무식한 짓을 하는 청와대와 국방부의 행동을 보면 모두다 총살을 시켜야 한다는 감정이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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