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윤영무
나는 대한민국 대표 장남이다.
9대 奉祀(봉사)하는 7남매의 맏이로 태어났다.
장남은 부모를 부양해야하고
조상 제사를 받들어야 하고
조상 산소 벌초를 해야 하고
집안 대소사 일에 주관해야 하고
문중 일에도 들여다봐야 하고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면 동생들 결혼 때 혼주노릇도 해야 하고
고부간에 갈등이 심하면 그 중간에서 적잖이 마음고생을 해야 한다.
이런 장남의 무거운 책임은 법적인 근거는 없다.
조상이 남겨놓은 골짜기 천수답 몇 뙤기 있는 거 형제들 중에는 “나는 좀 안주나” 하고 꼬나보는 형제들이 있다.
남자든 여자든 미혼이든 기혼이든 장남이든 차남이든 똑 같이 나눠야 한다.
이건 법적인 근거가 있는 거다.
충남 부여에서 아버지가 교사인 집안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저자는 남들과 평범하게 시골생활에 익숙하게 자랐고 대학에 입학하면서 아버지가 교직을 그만두고 서울로 이사를 왔다.
이유는 장남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서울로 왔으며, 그의 아버지는 화물차를 구입해서 용달업을 하였는데 이때 저자는 조수처럼 전국을 따라다녔으며, 아버지가 이르기를 너는 절대로 운전 면허증을 따지 말라고 평소 유언처럼 당부하여 지금까지 운전면허증도 없는 팔불출에 속한다고 한다.
화물차 영업을 해보니 여간 힘 드는 일이 아닌 생고생을 뼈저리게 느낀 때문이다.
유연시절을 보낸 이야기와 방송국에 입사하여 기자생활, 그리고 결혼 이야기, 고부갈등, 따라서 아내와는 지금까지 20년이 넘게 심드렁하게 지내고 있다는 집안내력 자서전이다.
장남에 관해서는 이에 앞서 약 40년 전에 박경수씨가 쓴 “가난한 장남의 즐거움”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가부장적 질서이니 유교이념의 잔재이니 하는 말들이 아무리 몰아치더라도 장남은 장남이다. 그 권위는 무너진 지 오래이나 장남의 고뇌와 애환은 여전한 것이다.
심난한 고생살이로 한평생을 보내신 부모님의 속을 헤아리고, 동생들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장남이다.